본문 바로가기

문학

오우아(吾友我): 나는 나를 벗 삼는다 (박수밀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품위와 자존감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마음이 담긴 오우아 , 앞에 나는 현실의 나이고 뒤의 나는 본래의 나일 것이다.  현실의 나가 본래의 나에게 다가와  서로를 위로해 주니 나는 외로운 날들을 넉넉하게 이겨 나갈 것이다. 이덕무는 이 말을 자신의 호로 삼아  '오우아거사'라고 일컬었다. 

 

 

오우아(吾友我): 나는 나를 벗 삼는다 . 책표지

 

오우아(吾友我): 나는 나를 벗 삼는다 (박수밀  ) 저자는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연암 박지원의 문예 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조선 후기 지성사의 인문 정신과 고전의 생태 정신 등을 연구하며, 특히 연암 박지원의 문학과 사상을 깊이 있게 탐구해 오셨습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전의 지혜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  『오우아』는 고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찾은 삶의 지혜를 전하는 인문 에세이입니다. 책 제목인 '오우아(吾友我)'는 '나는 나를 벗 삼는다'는 의미로,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의 호인 '오우아거사(吾友我居)'에서 따왔습니다. 이 책은 사회가 원하는 욕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찾아간 옛 지식인들의 마음에 관한 글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등의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며, 그들의 삶과 사상을 통해 현대인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맑은 거울같이 고요한 물처럼 

거울이 순전하게 깨끗하면 먼지가 달라붙지 못한다.  거울은 인간의 마음을 뜻한다. 마음이 맑은 사람에겐 유혹이 가까이하지 못한다.  내 마음에 세상의 때와 욕망이 달라붙으면  검은 손길이 몰려들고  본래의 순수한 나를 해친다.  본래의 나를 지키며 살아가려면 먼저 내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 공자는'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향기를 맡지 못하게 되니  그 향기에 동화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맑은 사람 선한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  지초와 난초의 향기에 동화된 사람이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바보들은 결심만 한다는 말도 있다.   많은 인생이 힘차게 시작하다가 금세 포기하거나 혹은 안 되겠다 싶으면 중도에서 그만둔다.  이와 관련해 순자권학 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천리마라도 한 번에 열 걸음을 갈 수 없지만 둔한 말도 열흘을 갈 수 있는 것은 그 공이 포기하는 않는 데 있다.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욕망 빨리 인정받고 싶은 조급함에 몇 계단을 한꺼번에 건너뛰려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엽동 ( 등급을 건너뛰어 올라감 ) 넘어지기 쉬우며 결국은 생체기만 남긴다.  반면 아무리 둔한 말도 열흘을 가면 천리마가 간 거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  성취한 데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재능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다.  물이 바위를 뚫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곳을 향해 힘없이 작은 물방울을 떨어뜨린데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려도 원하는 일이 풀리지 않거나 기회가 찾아오지 않으면 실의에 빠져 단념한다. 그러나 성취를 가로막는 것은 장벽의 크기가 아니라 장벽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환경은 바꿀 수 없어도 환경을 대하는 태도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버려야 할 것은 내 안의 두려움이고 빨리 식어 버리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뜻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집념으로 계속 두드려야 하리라. 남은 시간은 여전히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멈춤을 알면 오래간다

위험한 곳을 만나 멈추는 것은 보통사람도 할 수 있지만 순탄한 곳을 만나 멈추는 것은 지혜로운 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뜻을 잃고 멈추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뜻을 얻고 멈추는 것은 군자만이 할 수 있다 위험한 일을 만났을 때 멈출 수 있고 뜻을 잃었을 때 멈출 수 있는 자이면 나는 일반인 보다 현명하다고 말하겠다 그 위에 있는 사람이야 논할 것이 무에 있겠는가,  한 번에 멈출 수 있는 것은 현자의 일이다.  멈추고 또 멈추면서 다시 나갈까 두려워하는 것은 힘써서 가능해진 사람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남보다 빨리 가는데 있지 않다. 인생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어디로 가느냐에 있다. 조급히 뛰던 길에서 멈춰 서서 나의 자리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단번에 멈출 수 있는 현자는 못될지언정 멈추고 또 멈추면서 욕망을 조절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해 가야 할 것이다.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자신을 비춰볼 수 없고 고요한 물이라야 자신을 비춰볼 수 있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  남을 변화하도록 만드는 힘은 남을 억지로 강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뀌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