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주는 행위는 세계 각지의 영적 전통에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 욕구를 포기하는 것, 현재를 받아들이는 것, 나보다 고등한 존재에게 나을 맡기는 것, 에고를 포기하는 것, 용서하는 것, 모두 놓아주는 행위를 수반한다. 많은 영적스승이 무언가를 붙잡는 행위가 인간의 인식을 제한하며, 사고를 흐리고, 많은 고통의 원인이 된다고 가르친다. 반면 놓아주는 행위는 안도감을 불러온다. 붙잡는 행위에 투자하던 심리적 압박감과 에너지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인간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지고 두려움이나 불안 같은 껍질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직시할 수 있다.
사소한 것을 놓아주기 Letting go of nothing ( 피터 러셀 Peter Russell ) 저자는 현대 영성과 인간 의식 분야의 선도적인 사상가이자 작가, 강연자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과 심리학 학사 학위를, 컴퓨터 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인도에서 명상과 동양철학을 공부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글로벌 브레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여 인터넷이 인류에 미칠 영향을 예견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저서 중 하나인 『사소한 것을 놓아주기』는 에크하르트 톨레가 직접 선정한 에디션으로, 우리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정신적 자유와 평화를 발견하도록 안내합니다. 러셀은 이 책에서 고정된 믿음이나 관점, 과거나 미래에 대한 기대, 소유물이나 관계에 대한 애착 등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물리세계의 기능만으로는 의식이라는 비물질적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의식을 내면적 경험을 하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놓아주기에 성공한 사람이란
인류 대다수는 여전히 문자 그대로 생각에 홀려 있다. 이들은 생각이라는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생각이라는 현상이 이들에게 일어날 뿐이다. 영적 각성의 시작은 나 자신이 내 머릿속의 목소리와 동일 인물이 아니라 다만 그 목소리를 인식하는 사람임을 깨닫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여러분의 생각을 지탱하는 의식이다. 이 깨달음이 확고해질수록 개인의 정체성은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보다는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파생되기 마련이다. 즉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행위를 놓아주게 되는 것이다. 생각이 더는 자아, 에고로 넘실대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궁극인 놓아주는 행위이며 유일무이한 진정한 포기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사람은 이전처럼 소유물이나 감각적인 즐거움 같은 외적 요소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이 기존에 지니고 있던 어마어마한 중요성과 중독성은 사라질 것이다. 놓아주는 데 성공한 사람은 일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외적인 요소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 요소가 세상에 존재하는 동안에 말이다. 그러나 외적인 요소는 그게 무엇이든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것을 미리 일러두고 싶다. 놓아준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을 사물에서 찾지 않는다. 한때 삶의 필수 요소라고 느꼈던 심각함을 떨쳐 낼 수 있다.
놓아주는 것의 어려움
놓아주는 행위가 이다지도 중요하다면 우리는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고통스러운 상실의 기억은 내 의도와는 다르게 가슴에 깊은 타격을 입힌다. 이러한 어려움은 놓아주는 것을 그저 또 하나의 할 일로 여기는데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애써도 놓아주는 것을 단순히 할 수는 없다. 놓아주기 위해서는 붙잡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상당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작은 돌멩이를 손에 쥐고 들어 올리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돌멩이를 그 자리에 붙들어 두기 위해서는 애를 써야 하며 이는 손근육을 긴장시킨다. 돌멩이를 놓아주려면 근육을 이완시키고 손의 힘을 풀어야 한다. 붙잡는 행위를 중단함으로써 비로소 놓아주는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다. 마음에도 비슷한 원칙이 일어난다 다만 이경우 힘을 풀어야 하는 꽉 쥔손은 정신적인 손에 해당하리라. 사람은 특정한 태도 믿음 기대 판단을 붙잡고 있기 마련이다. 정신적 긴장을 풀고 말 그대로 마음이 느슨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놓아주는 행위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은 이를 해결해야 하는 또 하나의 문제로 여길게 아니라 다만 붙잡는 행위를 그만두는 것이다. 마음의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적절한 내적인 조건을 만들어 놓아주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특정한 태도나 생각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붙잡는 경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돌멩이를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돌멩이를 놓아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경험을 받아들이는 행위란 인식 깊숙이 그것이 침투하는 것을 허락해 주고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호기심 어린 자세로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Letting go of nothing. 사물 그 자체를 놓아주기보다는 사물에 대한 나 자신의 시선을 놓아줄 필요가 있다. ( 자아의 사고방식을 놓아주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