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1평의 기적 ( 이나가키 아츠코 稻垣 篤子)

양갱을 만드는데 팥의 품질뿐만 아니라 사소해서 자칫 무시할 수 있는 것들도 큰 역할을 한다. 땀방울 하나가 가마솥 안의 온도를 좌우하고 주걱질 하나가 양갱의 질을 결정하며 ,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양갱의 맛이 달라진다. 

 

 

1평의 기적 . 책표지

 

1평의 기적 ( 이나가키 아츠코(稻垣 篤子)   일본 도쿄 기치조지에 위치한 작은 양갱 전문점 '오자사'의 성공 비결과 경영 철학을 담은 책입니다. 이 가게는 단 1평(약 3.3㎡)의 공간에서 양갱과 모나카 두 가지 상품만을 판매하며, 연간 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951년, 그녀의 아버지가 '오자사'를 창업하셨을 때, 당시 19세였던 이나가키 씨는 반 평 남짓한 노점에서 하루 12시간씩, 365일 휴일 없이 일하며 아버지를 도와 경단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1954년, 가게를 기치조지의 다이야 거리로 이전한 후에는 양갱과 모나카 두 가지 상품만을 판매하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1평의 기적'은 '오자사'의 성공 비결과 경영 철학을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하루에 양갱을 150개만 만들어 판매하며, 제품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그날의 생산품을 과감하게 폐기하는 등 엄격한 품질 관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과 협력업체를 가족처럼 아끼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 없이 고용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품은 두 가지뿐 그러나 최고를 만든다. 

양갱도 모나카도 그 맛의 주인공은 자연이다.  나는 그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갖고 있는 본래의 맛을 끄집어내는 보조자 역할을 할 뿐이다.  양갱을 만들다 보면 형연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과 마주 한다. 숯불에 올린 냄비에 팥소를 조리다 보면 아주 짧은 순간 팥소가 보라색으로 빛난다. 두 눈이 멀 정도로 오묘하고 찬란한 보라색이다.  하지만 그 빛깔과 만나는 순간은 너무나 짧다.  아무 때나 마주하는 것도 아니다. 처음 그 찰나의 보라색과 마주한 후 나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색과 만나기 위해  그 색이 토해내는 숨소리를 듣기 위해  매일매일  양갱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보라색을 처음 만난 것은  아버지 밑에서 양갱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팥의 품질, 삶는 방법, 재료 배합, 화력조절, 조리는 방법까지  모든 조건을 갖추어야만  팥소는 오묘한 보라색을 낸다.  그리고 이제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팥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숨을 들이마시고 온도에도 민감하다. 기온과 습도가 그날그날 다르고 , 숯상태도 늘 같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맞추기란 매우 힘들다. 그러나 나는 하루하루 최고의 양갱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오묘하고 찬란한 보랏빛 팥소를 만나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 빛이 나타날 때까지 가슴조리고 , 그 빛이 내는 숨소리를 듣기 위해 모든 정성을 다 한다. 

 

양갱을 만들 때마다. 나는 늘 혼자 만의 세계에 빠져 든다.  그 시간은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양갱과 마주 하는 순간이고 유일하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절대로 원하는 맛을 낼 수 없다. 공장이나 가게일 , 인간관계 바깥의 더위와 한기조차 모두 잊고  오로지 팥에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팥소를 조려야 한다.  그렇게 팥소를 졸이고 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 온몸을 적신다.  

 

 

환경을 생각하는 오자사. 

포장지로 사용하는 셀로판지는 시장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그런데 환경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셀로판지는 환경을 크게 해치지 않지만 폴리프로필렌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요 물질 중 하나로 지목받았다. 오자사의 모나카 포장지도 한 장만 따지면 문제가 안 되지만  전부 모으면 양이 상당하다. 무슨 포장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환경을 살릴 수도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방습 셀로 판지를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셀로 판지를 사용하는 가게나 회사는 점점  줄고 있고 제조도 현저히 떨어졌다. 그만큼 단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셀로판지를 쓰지 않으면 당장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순간의 선택이 내 생명과 내 자녀들의 삶, 우리가 함께 사는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포장지가 비싸지면 그만큼 이익은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닌가?   "먹고만 살 수 있으면 된다." 이 말은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다. 아버지는 먹고살 수 있고, 생활을 꾸려 갈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것은 바라지 말라고 하셨다.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에 세상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때문에 가게가 존속문제로 휘청거리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런 자세는 창업 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켜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