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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정희재 )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책표지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정희재 ) 저자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였으며, 티베트 인들의 삶과 지혜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를 비롯하여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지구별 어른, 어린 왕자를 만나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등의 저서를 집필하였습니다.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소중한 말들과 감정들을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집입니다. 

 

 

새 한 마리를 사서 하고 싶은 말을 새에게 하고 날려 보내주는 일 

새의 둥글고 새까만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그 조그맣고 가냘픈 새에게 살면서 닥쳤던 크고 작은 일들을 털러 놓았다.  행운과 기쁨도 있었고 심장이 조각나 부서지는 것 같은 아픔도 있었다. 뭔가를 얻었을 때 기꺼웠고 잃었을 땐 괴로웠다. 이런 요약이 인간의 나약함을 강조하는 것임을 알지만 진실의 일부이기도 했다.  드물게 겸허하고 솔직해지는 순간에 절대적인 존재 앞에서나 해야 할 이야기들 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누가 알까, 그때 그 영롱한 깃털의 새에게 신이 잠시 깃들어 있을는지,, 

 

인생의 여명기에는 부지런히 죄를 짓고 그 힘으로 살아왔다고 ,, 지금 비롯 소리도 냄새도 없는 정적 속에 갇힌 것 같다 해도  그동안 저지른 소동에 비하면 무척 관대한 처분임을 안다고 속삭였다. 그래도 아프다고 고백했다. 새는 횟대에서 새장바닥으로 깡충 뛰어내리더니 갸웃거리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마치 인간의 삶에서 얻은 감정들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리라 믿느냐고 묻듯이,  그날 새에게 들여준 이야기는 되짚어 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우리에겐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 자체는 탓할 일도 억지로 가라앉힐 일도 아니고 그저 자연스러운 욕망일 뿐이다.  다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아! 내 마음이 이렇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알아차리는 순간 욕망의 온도는 견딜만하게 내려간다.  오래전에 들은 스승의 말씀을 그즈음 곱씹어 봤다.  사랑받는 것을 내 삶의 중심에 두면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사랑받으려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연인 사이에서 너는 내 거야, 하지요,  그러면 그 사람이 내 것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 것이 됩니다. 내 행복이 그 사람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의 한마디 몸짓 하나에  내 행복과 불행이 좌우되기에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합니다.  '내가 너를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너도 나를 사랑해야 돼, 이건 거래고 흥정이지 진정한 사랑은 아닙니다.  그래서 사랑받으려 하면 괴로움이 생겨날 뿐입니다.  반면 사랑 하려고 하면 충만이 옵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바로 섰기 때문이지요. 

 

종교를 가지거나 명상을 하고 온세계를 헤매고 다녀도 내려놓기 힘든 것이 인간의 에고이다.  그런데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린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내려놓는다. 누군가를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 되며 세상을 향해 마음의 빗장을 모두 열어젖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