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인식할 때 우리는 나라는 관념을 갖게 됩니다. 즉 내가 인식한다라는 관념을 지닌 것이 곧 의식입니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의식과 그 대상은 모두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의식에 의해서 대상적 경험이 창조되며 모든 대상적 경험은 의식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세상만물은 의식을 향해 있다기보다는 의식 속에서 존재합니다.
사물의 투명성 ( 루퍼트 스파이라 ) 저자는 영국의 명상가이자 작가로, 어린 시절부터 실재의 본성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17세에 명상을 시작하여, 북인도의 샹카라 차리아인 샨타 난다 사라스와티와 프란시스 롤스 박사 아래서 20년간 아드바이타 베단타를 공부하고 수행했습니다. 이후 프란시스 루실을 만나 경험의 본질을 직접 탐구하는 '직접적인 길(Direct Path)'을 배웠으며,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정기적인 모임과 명상 수련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의 저서 『사물의 투명성』은 독자들이 자신의 의식과 삶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입니다. 스파이라는 불이론(Non-Dualism)을 기반으로 의식과 경험의 본질을 탐구하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접근법인 '직접적인 길'을 안내합니다.
인식주체와 인식대상의 뚜렷하게 구분하는 스파이라의 불이론 ( Non-dualism)
오로지 현존으로서의 의식만이 참된 실체입니다. 우리는 늘 세상을 경험합니다. 그것이 경험자아가 하는 일입니다. 경험은 경험자아가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스토리 텔링입니다. 이러한 모든 경험 속에서 변함없이 빛나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의식입니다. 이존재는 우리 안에서는 I am.이라는 경험으로 알려져 있고 바깥세상에서는 사물이 있다는 인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의 현존과 사물의 현존은 의식을 통해서 공유되는 동일한 현존인 것입니다. 나의 현존이 곧 사물의 현존인 것입니다. 나와 사물은 구분되는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인식 대상과 인식주체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여기서 인식주체는 흔히 나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이 나는 곧 나의 몸과 마음 즉 생각 감정 의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늘 대상적으로 인식합니다. 나의 감정, 생각, 느낌이나 내 몸의 상태 등에 대한 인식은 모두 의식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즉 나의 몸과 마음은 인식 주체가 아니라 하나의 인식대상인 것입니다. 나의 의식은 나의 몸과 마음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주체로서의 나는 나의 마음이나 몸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세상의 일부이고 인식대상이지 인식주체가 아닙니다. 몸과 마음은 단지 인식 속에 나타나는 대상이자 경험일 뿐이고 의식이야 말로 진정한 나입니다.
파도는 각기 독특한 형태를 지닌 채 우리 앞에 나타나지만 사실 그 본질은 바닷물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는 이미지, 듣는 소리 그밖에 경험하는 모든 것은 다 우리 의식 속에서 떠오르는 의식의 여러 형태들에 불과합니다. 마치 바다 위에 떠오르는 파도처럼 말이지요. 의식과 실체는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의식은 모든 경험의 근본실체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의식을 통해 이루어지며 의식 없이는 어떠한 경험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든 실체들 몸, 마음, 세상은 의식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현상이며 의식 그 자체입니다. 의식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한되지 않습니다. 의식은 무한하며 모든 존재와 사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몸, 마음, 세상은 의식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일시적인 환영일 뿐입니다. 의식 그 자체 만이 영원히 변치 않는 실체입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도 결국 의식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불이론의 관점은 점점 더 많은 현대 물리학자, 생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즉 시간과 공간이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낸 생물학적 실체라는 것이지요. 의식은 곧 나입니다. 그리고 세상 만물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곧 우리의 의식입니다. 따라서 세상만물과 나는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스파이라에 따르면 그렇게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진리는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의식자체가 바로 그 진리인 것입니다. 의식자체가 이미 온전하기에 이를 깨닫는 것이 진정한 평온함과 고요함과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의식이 스스로 깨닫는 것이 곧 명상입니다. 따라서 명상은 특정한 상태를 만들어 내거나 바꾸려는 행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의식은 이미 완전하며 이 완전함을 깨닫기 위해 어떤 애씀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명상은 삶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수용하는 태도와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