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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


영국 BBC 방송에서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아 즐거운 일이 없어도 집에서 거울을 보며 웃게 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실험하면서 그들의 생활을 추적했는데 , 참가 자들의 행복 지수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

백단향 나무로만 된 숲은 없다는 인도 속담이 있다. 백단향은 최고의 향나무이다. 그런 나무만 있는 숲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처 입지 않는 영혼은 없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책표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 책은 삶과 인간을 이해해 나가는 51편의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류시화 시인의 감각적인 글이 우리를 깊은 울림 속으로 이끕니다.   삶의 질문과 해답을 소박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전달하는 류시화의 글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줍니다.

 

 

사람들이 사랑할 때와 화를 낼 때 일어나는 현상

스승이 걸음을 멈추고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사람들은 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가?  마침내 스승이 설명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서 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랑을 하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가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큰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두 가슴의 거리가 사라져서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두 영혼이 완전히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서로를 바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말없이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사랑할 때와 화를 낼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남태평양의 섬에 사는 어는 부족은  쓸모없는 나무를 제거해야 할 때면  온 부족민들이 모여 그 나무를 향해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 넌 필요 없는 나무야, 넌 아무 가치가 없어"  도끼나 톱으로 자르는 대신 그렇게 계속해서 큰소리로 "쓰러져라 , 쓰러져라 " 하고 외치면  얼마 안 가 나무가 시들어 죽는다는 것이다.  화가 나서 지르는 소리는  거리를 멀어지게 할 뿐 아니라 서로의 영혼을 죽게 한다. 

 

 

당신은 이름 없이 나에게로 오면 좋겠다.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말은 진리이다.  자세히 볼수록 더 모르게 된다.  그것이 존재의 신비이다.  한 존재를 아는 것은 한 세계를 끌어안는 일이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그 무한한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름과 성별과 직업으로 분류하고 규정짓는 순간  나는 그 무한한 세계를 사랑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그냥 '그대'라고 불렀다. 그 자체로 존중이고 사랑이다.  당신은 이름 없이 나에게로 오면 좋겠다.  나도 그 많은 이름을 버리고  당신에게로 가면 좋겠다

 

 

거울 뉴런

침팬지 보다 지능이 낮은 레서스원숭이에 대한 행동 실험에서 자신이 먹이를 집을 때마다 우리 안의 다른 원수이들에게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는 것을 인지한 원숭이는  차라리 굶어 죽는 쪽을 택했다.  먹이를 얻어먹을 때마다 다른 원숭이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리자  실험 대상 원숭이는 12일 동안이나 먹기를 거부해 실험이 중단되었다. 뇌의 신경학자들은 최근에 발견된 거울 뉴런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는 마치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낀다. 즉 옆사람이 울거나 웃을 때면  나의 뇌는 자 자신이 울거나 웃을 때와 동일한 부분이 활성화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한다고 해서 붙여진 거울 뉴런은 인간의 공감능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현대 뇌과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힌다.   공감은 나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관심을 갖겠다는 선택이다.  상처 입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진정한 치유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자기가 아파봄만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의 가장 해로운 일이 되새김이다. 

고통의 대부분은 실제의 사건 그 자체보다  그것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더 심화된다. 첫 번째 화살을 맞을 때마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두 번째 화살을 자신에게 쏘기 시작하며  이 두 번째 화살이 첫 번째 화살의 고통을 몇 배나 증폭시킨다.  우리는 첫 번째 화살에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두 번째 화살을 다루는 데는 매우 서툴다.  칼루 린포체는 말한다.  용서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해방시켜 주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을 향한 원망과 분노와 증오에서 나 자신이 해방되는 일이다. 정신의 가장 해로운 일이 되새김이다. 마음속에 되새기면 독화살과 같다.  삶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어리석으면 더 고통스럽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하는가는 그들의 카르마가 되지만  그것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당신 자신의 카르마가 된다는 말은 진리이다. 

 

 

과거의 상처나 기억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늘 화가 나 있는 사람이 영적 스승을 찾아와 말했다. 저는 언제나 화를 내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대는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받은 오래된 상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스승이 옆에 놓여 있던 작은 물병을 남자에게 주며 말했다.  손을 앞으로 뻗어 이 물병을 들고 있어 보라.  무거운가?  아닙니다 무겁지 않습니다.  10분 후 스승은 다시 물었다 무거운가? 조금 무겁지만 참을 만합니다.  시간이 한참 흘러 스승은 다시 물었다. 지금은 어떤가? 매우 무겁습니다. 더 이상 들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말했다.  문제는 물병의 무게가 아니라 그대가 그것을 얼마나 오래 들고 있는가이다.  과거의 상처나 기억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래 들고 있을수록 그것들은 이 물병처럼  그 무게를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