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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여행의 이유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애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이유 책표지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으로, 작가가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책입니다.

 작가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자신의 유년시절 잦은 이사 경험을 말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소설 쓰기와 비교하기도 하며, 여행이라는 낯선 세계로 들어가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소설을 쓰는 순간과 비슷하다고 표현합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현재에 집중하게 해 주고, 낯선 곳에서 환대와 배움을 얻게 해 주고, 인생의 방향과 자아를 돌아보게 해주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작가가 가장 인상 깊게 다녀온 여행지는 이집트라고 합니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룩소르 사원 등의 고대 유적을 보고 감동했고, 이집트의 문화와 역사, 종교와 철학에 대해 깊이 배우고 공감하면서 자신의 삶과 글쓰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간은 오랜 역사 동안 서로를 환대하고 도움주며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로 살아왔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작가의 개인적인 여행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만의 감각적인 언어와 스토리텔링으로 여행의 감동과 즐거움을 전달하면서도, 여러 문화와 역사, 철학과 문학 등을 인문학적으로 접목시켜 보여줍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여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 진입한 다음날인 크리스마스에 발행된 뉴욕 타임스에  '저 끝없는 고요 속에 떠 있는 작고 ,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으로 본다는 것' 의미한다고 썼다.  승객은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왔다가 떠나는 존재일 뿐이다. 매클라시는 이어서 우주의 이 끝 모를 차가움 속에서 우리 자신들을 형제, 서로가 형제임을 진실로 아는 형제라고 부연했다. 지구가 고작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구슬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시인은 자존심을 다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기에 지구라는 작은 행성, 푸르게 빛나는 우주의 오아시스와 우리 서로를, 모든 동식물을, 같은 행성에 탑승한 승객이자 동료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암시한 것이다.   인생을 여행으로 , 인간을 여행자로 비유한 것이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시인과 가객들이 그렇게 노래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최희준의 '하숙생'이 있을 것이다 '인생은 나그넷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오고 , 여러 가지 일을 겪고 , 결국은 떠난다. --

 

아폴로 11호 가 달에 착육하는 사진들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 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