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 류시화 )

 

명상이란 결국 내가 사라져서 자연과 존재와 하나가 되는 일이라고 한다. 기도 역시 어떤 의미에서 마찬가지다 그것은 내가 사라져서 신이 내 안에 들어오는 일이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 류시화 ) 저자는 시인이자 번역가로, 1980년 <아침>이라는 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했습니다. 이후 그는 안재찬이라는 본명을 버리고 류시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류시화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관한 주요 서적 80여 권을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은 시인 류시화의 산문집입니다. 이 책은 명상, 자연, 사랑, 그리고 인생의 깊은 의미에 관한 글입니다. 명상과 침묵에 대한 내용, 그리고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인용구도 등장합니다. 류시화는 우리의 삶과 꿈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며, 자연과의 조화, 사랑, 그리고 내면의 탐색에 대한 통찰을 공유합니다

 

 

산이 내 안에 들어온다

어느 겨울날 나는 집의 심부름으로 저녁 늦은 시간에 이웃마을에 가야 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둠과 눈에 덮여 길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나는 약간 무서웠다.  길가에는 집도 별로 없었으며 길에는 그곳을 걷는 것은 나 혼자 뿐이었다.  말 그대로 나는 갑자기 혼자가 되었다.  새와 짐승 들오 자기들만의 장소로 숨고  사람의 발길도 끊어진 그 속을 나 혼자 걷고 있었다.  그 어느 순간 나는 문득 눈 내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눈이 내리면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둠이 깔리고 인적이 끊어진 그 길에서  나는 심부름으로 가져가는 떡꾸러미를 들고 서서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눈 내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참 동안 눈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무서움을 잊었다.   내 안에 있던 무서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눈 내리는 소리는 나를 어떤 알 수 없는 무척 편안한 내면세계로 인도했던 것 같다.  그 겨울역 눈 내리는 밤길에서의 체험은  나의 가장 순수했던 기도와 명상에 체험이었음을 훗날 나는 알게 되었다.  나무, 들판, 길 위에 눈발이 떨어지는 소리를 통해서  나는 존재의 어떤 무엇과 만났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늘 외부로만 열려있던 감각이  내부로 달아나 잠잠해지는 그리하여 황홀한 어떤 것과의 만남이었다. 

 

 

한 사람이 신비가를 찾아와 나는 신과 하나가 된 상태를 체험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소음들이 그것을 방해합니다.  그러나 그 신비 가는 말했다.  신을 체험하려면 내가 사라져야 하고  내가 있으면 신이 내 안에 들어올 수 없는데 네가 어떻게 신과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할 수 있겠는가? 가장 큰 방해는 세상의 소음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시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