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여전히 100% 동물이다. 바로 이것이 최근 심리학계를 뒤흔드는 연구들의 공통점이다. 이성적 판단은 동물적으로 내려진 결정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행복의 기원 ( 서은국 ) 자자는 심리학자이자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며, 행복에 관한 논문을 100여 편이나 출판했고, 그 논문들은 학계에서 9만 회 이상 인용됐습니다. 2011년에는 세계 100인의 행복학자로 선정됐습니다. 그는 주로 행복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연구하며, 인간의 심리적 행복이 생물학적,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작용하는지를 분석합니다. 그의 저서인 "행복의 기원"은 행복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고,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왜 우리는 이성의 능력을 이렇게 숭배하는가?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은 분명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특성이다. 그러나 무엇을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어떤 생명체에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일까? 우리보다 지구에 훨씬 오래전부터 살아온 악어들은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을 뿐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는듯한 표정은 아니다. 인간사회 못지않은 복잡한 위계구조를 유지하며 심지어 곰팡이 농장까지 하는 개미들조차도 생각이란 건 하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들은 일조량과 햇빛의 미세한 각도 변화를 감지해 이동시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즉 의식적인 생각은 생명유지에 필수 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생각하는 능력을 인간의 대표적 특성으로 꼽는다. 왜 우리는 이성의 능력을 이렇게 숭배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 중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보이는 부분이 실제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우리는 의식적인 부분이 자기 행동의 원인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것은 큰 오해다, 사실 일상의 수많은 선택은 의식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진다.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다.
피카소는 캔버스에 바흐는 악보에 생을 바쳤지만 이러한 창의적인 노력조차 동물이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노력에 담긴 본질적인 의미나 목적은 무엇일까. 본인조차도 의식하지 못하지만 상당 부분 짝짓기를 위함이다. 이것이 최근 진화 심리학자들이 내놓은 파격적인 대답이며 현재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견해다. 짝짓기를 위해 공작새의 멋진 꼬리를 가지고 있듯,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멋진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인간의 짝짓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전 세계 여성들이 꼽는 남자의 매력포인트 하나가 유머 감각이다. 유머는 그 사람이 가진 마음의 수준을 나타낸다. 유머는 창의성의 표현이며 , 창의성이 높은 사람은 멋진 꼬리를 소유한 인간 공작새가 되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경우 행복감, 즉 쾌감이다. 인간이 음식을 먹을 때, 데이트를 할 때, 얼어붙은 손을 녹일 때 느끼는 '아, 좋아, 행복해'라는 느낌은 우리가 생존을 위한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신호다. 그 감정을 느껴야만 또다시 사냥을 가고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인간이 왜 행복감을 느낄까? 나의 간결하고 건조한 답은 생존 그리고 번식이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왜 이토록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할까? 모든 동물의 생존 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진다. 매가 혼자 있는 비둘기를 습격할 때 사냥이 성공할 확률은 80%에 달하지만 비둘기가 친구 한 마리와 있을 때는 그 확률이 60%로 떨어진다. 50마리로 무리가 지어 있을 때는 그 확률이 10% 이하로 급격히 줄어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시카고 대학의 카시오 교수팀의 오랜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의 가장 큰 사망요인은 사고나 암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사회성은 인간의 생사를 좌우하는 독보적인 특성이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마이클 가자니 교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뇌과학자다. 그의 저서에서 큰 질문하나를 던졌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그가 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내린 결론은 인간의 뇌는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뼛속까지 사회적이다라고 표현했다. 지구에서 최고의 성공담을 가진 동물은 개미와 인간이다라고 결론지었다. 두 생명의 공통된 특성은 유별나게 사회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연구를 통해 행복에 대해 많은 사실이 밝혀졌다. 가장 중요한 결론은
-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 행복에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인 특성, 특히 외향성이라는 성격특질이다.
이두 결론은 수백 편의 논문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많이 갖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끝없이 많다.
행복의 과학적 이해
복권당첨이나 새집마련, 승진 같은 일들은 짜릿하지만 그 어떤 대단한 일도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놀랍도록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적응이라는 강력한 현상 때문에 아무리 감격스러운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 해진다. 행복은 폭죽 같은 큰 사건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에 가랑비에서 비롯된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 보다는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 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행복은 한방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초기화가 되기 때문에 큰 기쁨 한 번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